'그냥 걷기', 난 이런 글을 가지고 싶었다
'그냥걷기'를 보고 있는데, 내용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글솜씨에 눈이 간다. 제대로 된 문장이나 문단 구조는 찾기 힘든 전형적인 인터넷 글인데도, 매력적으로 읽힌다. 진부한 표현들과 은어, 마구섞인 구어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 편, 한 편 넘어갈 때마다 머리에 생각 하나가 자꾸 스친다. 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난 옛날부터 이런 글을 갖고 싶었다. 맞춤법, 짜임새 있는 문장, 글의 구조.. 그런 건 차의 껍데기 같은 것이다. 물론 차의 디자인은 중요하고 앞유리는 바람도 막아준다. 그러나 그것들이 차를 달리게 해주진 않는다. 일본 만화가 국내에 제대로 수입되지 않던 시절, 가게엔 수많은 해적판 만화들이 있었다. 번역은 오역투성이에, 이름도 다 바뀌어 있고, 가장 중요한 그림조차 화질이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구해 읽곤 했다. 말이 앞뒤가 좀 안 맞아도, 가끔 안 보이는 페이지 좀 있어도, 마음대로 바꾼 캐릭터의 이름들이 좀 촌스러워도 괜찮았다. 그런 건 다 껍데기였으니까.
공돌이 주제에, 난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신문기사의 정제되고 힘 있는 글, 시가 가진 빼어난 언어 예술, 어느새 매혹되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의 문장. 경탄을 자아내는 그 세계의 힘 중에, 어느 하나라도 내 것이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다. 전공 공부도 게을리하는 내가 글 연습이라고 했을리가.
그래도 그 동안 잠깐씩 읽은 책과, 블로그에 짧은 글 몇 번 올린 내공이 날 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껍데기만은 조금씩 갖춰져 갔다. 귀 좋은 말인진 몰라도 글 잘 쓴단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어봤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타협점을 찾았다. 좋으라고 해주는 말이니 솔직하게 그냥 기분 좋아하기로 했다. 내가 어디 가서 글 잘쓴다고 유세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글 못 쓰는 대한민국 공돌이 중엔 괜찮은 편 같기도 하니까.
하지만 역시 이런 게 아니었다. 내가 동경했던 그 무엇도 내 손에 없다. 내 글은 어지럽게 LED로 튜닝된 투스카니 같다. 차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엔 멋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을 조금만 까보면 감추고 싶었던 유치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냥걷기'에선 잘 써야겠다는 압박감도, 퇴고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기억을 짜내 있었던 일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진부한 직유법도 좀 들어가고, 평소 말 하듯이 의성어도 들어가고. 하지만 못 쓴 글이란 생각이 도저히 들질 않는다. 껍데기를 벗겨내도 퇴색되지 않는, 글빨. 난 정말로 이런 게 가지고 싶었다. 억지로 짜맞추어 구색만 갖춰 놓은 허수아비들이 아닌, 이런 진짜배기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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