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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성의 이해', 웬 폐강 주장인가? 1. 수업 개요

'성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다

한양대학교에는 '성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다. 기본적인 성교육을 시작으로 실제 성행위에 대한 지식, 피임법까지 가르치는 강의이다. 강의 목표는 장래 결혼을 준비해야하는 나이인 대학생에게 맞는 성지식을 가르치는 것1이다. 16년 동안 지속된 강의이지만, 최근들어 새삼스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학교에 대자보가 붙더니 이곳저곳 기사까지 났다. 인권침해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성희롱적인 강의라는 내용이다.

난 이 강의를 직접 수강했었다. 대자보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난 도저히 이 강의를 '폐강'하라는 요구를 납득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들이 주장하는 그 어디에도 수업 취지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16년 동안 인기 강의 순위권을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강의는 충분히 한양대학교에 있을 자격이 있다.

'한양대 <성의 이해> 수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답하기 앞서, 많은 본교생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말에 반박하고자 한다. 강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들은, 성교육 받지 않아서 결혼 후 애 못 낳는 사람 있나며,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아는 상식인데 그 의도가 선한 것 같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또는 그게 대학강의라고? 학생이나 교수나 포르노 수준이라는 사람도 있다.

대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니다

대학생에겐 대학생에게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 강의는 대학생을 '성행위를 준비하거나, 일부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연령'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한다. 수업 첫 시간에 역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의 결과를 보여주는데, 성경험자의 비율은 생각보다 매우 높다. 한양대가 대한민국에서 특별히 음란한 대학교일 리 없으니, 위 가정은 타당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른 성경험를 부추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하지만 이미 하고 있다면, 알고 하는 것이 사회적, 개인적으로 모두 바람직함에 틀림없다. 성교육의 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수많은 미혼모들과 높은 고등학생 낙태율을 보면서도 성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시대를 응시할 용기 없이 도망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소한 피임의 중요성과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만 가르쳤어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등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너무 수준이 낮다. 초, 중학교를 거치면서 수없이 봤던, 정자가 헤엄쳐 가서 난자를 만나는 비디오는 대체 뭘 가르치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통해 더 자세한 성지식을 배운다. 그들의 왜곡된 성지식에 맞설 생각도, 바르게 고쳐줄 생각도 없는 형식적인 성교육. 청소년들은 어디서 '건전한 성윤리'를 배워야하나?

그런 학생들이 대학교에 왔다. 선생님의 통제를 벗어나 더 큰 자유를 얻었다. 여전히 그들은 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더 손쉽게 섹스를 한다! 음담패설과 야동에 찌든 학생들이 잘못된 성행위를 하고, 상처를 입고, 후회한다. 그런데도 그들에겐 더 이상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없다. 건강검진조차 받지 않는 대학생들을 보건소에 끌고 가 강제로 교육시킬 수도 없으니까.

배우고자하는 의지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너무 둘러말한다. 사랑과 따뜻함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즐거운 성생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2 직접적으로 성행위를 묘사하는 포르노는 불법일 뿐더러 과장되어 있다. 진정 성인에겐 성교육을 받을 창구조차 없는 것이다.

대학생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아니다

더구나 '성의 이해' 수강생들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아니다. 법적으로 성인물의 열람도 허용된 성인들이다. 강의 내용에 성기나 성행위의 묘사가 나온다고해서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야 처음으로 학생들이 음지가 아닌 곳에서 공개적으로 성지식을 배울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외설적이라고 매도한다면, 대체 언제쯤에나 학생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평생 친구들이나 동네 형들, 야동에서나 답을 찾아야하는 걸까?

대학생은 강의를 선택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다

대학생은 시간표를 직접 짠다. 강의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 필수적으로 들어야하는 과목들도 있지만, '성의 이해'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저 원해서 듣는 교양과목일 뿐이다. 그런데도 잘못된 성지식을 무차별적으로 주입시킨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한양대학교에서 '성의 이해'는 유명한 강의다. 누구나 대충이라도 그 과제나 수업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백지 상태인 순수한 학생이 가서 컬쳐쇼크를 받고 쓰러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기대했던 것과 달라 실망스럽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강의평가 제도는 그런 의견을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강의평가가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다각도로 학생들의 비판을 수용하는 기관들이 있다.

그런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선택한 강의다. 정말 그 오랜 시간동안 질 낮은 외설이 강단에서 오가는 일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3

삐뚤게 생겨난 선입견이 안타깝다

편견에 빠져 감정적으로 말을 내뱉는 그들이 날 안타깝게 한다. 학교 밖에서 '과제를 포르노로 낸다더라'하는 말만 듣고 와서 호들갑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강의의 필요성에 공감해준다. 한양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도 개방적인 성교육 수업이 있으며, 유익했다는 생각은 했어도 음란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수업 내용을 짚지는 않았지만 대충 수업 내용은 짐작되리라 믿는다. 아울러 수업의 취지와 의의에 대해서도 동감해줬으면 좋겠다. 이 글은 아직 '성의 이해'가 어떤 수업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꼬투리 잡는 글만 보고 와서 선입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을 위해 썼다.

사실 이 글에서 언급한 논란거리는 부수적인 것이다. 이런 수준 낮은 주제에 혹할 사람도 많지 않다. 대자보와 카페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좀 더 구체적인 것들이며, 다음 글에 이어 소개하도록 하겠다.

  1. 정확하진 않다.
  2.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3. 물론 오랜 전통이라고 옳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 그 동안 유지된 게 경악스럽다고 하는 본교 학생들도 일부지만 존재한다. 대학생들은 고등학생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2011/06/18 14:56 2011/06/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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