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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와 오만

남이 모르는 사실을 알면 괜히 뽐내고 싶어진다. 이젠 자제도 하지만, 중학생 시절엔 참 그럴 줄 몰랐다. 학교 교과목 내용에서부터 상식 전반, 나아가 당시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치던 만화에서도. 남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을 뭐 그리 내세우고 싶었을까.

우습게도 친구에게 이렇게 빈정된 적이 있다. "건담이 뭔지도 모르는 네가 케로로 중사의 패러디와 개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소심하고 강하지 못했던 녀석은, 이 오글돋는 꼬인 말에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몰랐는데, 그 녀석이 울었던 모양이다. 당시 나와 사이가 썩 좋진 않았던 다른 친구가 나한테 와서 따졌다. 만화를 보는데 그런 게 어딨냐고. 친구에게 말을 왜 그딴 식으로 하냐고.

난 잘난척 하는 것도 모자라 쫀쫀한 고집마저 갖춘 인물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잘못을 깨달았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이것저것 궤변을 갖다붙이며 도리어 화를 냈다. 말하는 속도와 욕 하나는 자신 있던 입만 산 놈이었으니, 논리 따위 없이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침내 내게 따지러 왔던 녀석은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그냥 돌아갔다. 승리의 기쁨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짜증 섞인 복잡한 기분이 속에서 차올랐다. 그 때도 알고 있었다. 난 이긴 것이 아니었다.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기를 쓰며 지지 않으려 했다. 뿌리 깊이 박힌 오만이, 비슷한 사건을 여럿 만들었다. 적이 생겼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내게 상처입고도 나를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 때문에 지금 속이 쓰리다. 난 그들보다 훨씬 어린애였다.

지난 일은 바꿀 수 없다, 고로 후회하지 않는다-그렇게 정해 놓고 살고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때의 내게 허리 숙여 같은 눈높이에서 한 마디 해줄 기회가 생긴다면, '노력해라'도 '성실해져라'도 '건강을 소중히 여겨라'도 아닌, '조금만 더 겸손해지라'고 하고 싶다. 득 될 것 없었던 가시들에 한 명이라도 적은 사람이 찔렸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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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00:27 2011/06/1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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