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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아팠다

아팠다. 별로 덥지 않은데도 벗고 잤던 탓일 것이다. 앓고 징징대고 생떼를 쓰며 꼴사나운 사나흘을 보냈다. 콧물과 휴지와 찌질함. 마치 내 중학교 시절을 되새기는 듯한 시간이 흘렀다.

오래 아팠다. 감기가 날 붙잡은 건 고작 사흘. 그러나 더 긴 시간동안 난 별 다를 것 없이 보냈다. 새 집으로 이사오고 몇 주,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예방주사를 맞지 못한 새로운 세균 때문에 병이 걸리듯, 밀려드는 사건들에 난 조그마한 혼란 속에 있었다.

내가 써놨던 지난 글을 봤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니. 미쳤던 게 틀림없다.

내 청소년기를 괴롭히며, 흡사 평생 나와 함께 할 것 같았던 비염. 그 비염이 잦아들며 내 대학 시기가 열렸듯이, 감기도 날 떠나고 있다. 아마 내일쯤이면 나을 것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깨달았던 것들을 다시 배운다.

잊을까봐 주변 곳곳에 숨겨두었던, 나 스스로를 위한 격언들이 이제야 눈에 띈다. 이 짧은 인생도 자기 자신 하나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기엔 충분한 것 같다. 나에게서 배우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배운다.

다행이다. 내 20대는 아직 반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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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4 19:45 2011/06/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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