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address rss icon
방문자 오늘 24 전체 161559   admin page link

쌤만 물 마시는 건 불공평해요

남 앞에서 장시간 이야기하면 목이 많이 탄다. 나도 과외를 뛰고 있어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활발한 편이라 같이 대화를 하면 괜찮지만, 수줍어하거나 별로 안 친해서 나 혼자 오래 떠들게 되면 입이 바짝 말라들어간다. 때문에 학생에게 물 한 잔만 가져다 달라고 할 때가 왕왕 있고, 이에 미안한 마음은 든 적이 없다.

중학생 때로 기억한다. 아마 국어선생님이셨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늘 똑같은 모양의 물컵을 들고 들어오셔서, 중간중간 마시곤 하셨다. 그러다 어느날 물컵을 안 들고, 살짝 삐친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장난스레 하소연하셨다. 학생 중 누가 홈페이지에 선생님만 물을 마신다고 항의를 했고, 누군진 몰라도 덕분에 물도 못 마시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에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저 학생은 쌤이 물을 마시는 게 그렇게 싫어서, 못 마시게 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그런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이 못 마신다는 불만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으면, 선생님도 물을 마시지 않게 해달라고 항의할 것이 아니었다. 왜 수업시간에 학생은 물을 못 마시는지 말을 했어야 했다. 나도 이해한다. 아마 그래보았자 무시당했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 삐죽대며 괜히 선생님이나 찔러보고 싶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고, 괜히 타인까지 끌어내려봤자 득 보는 건 없다.

이런 언뜻 합당해 보이지만 문제와 별 관련이 없는 주장에 혹하기 쉽다. 맞아, 쌤만 마시는 건 불공평해.라며 맞장구치게 되곤 한다. 평등이란 말의 이런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겠다. 사람이라면 이성적 판단보단 감정이 앞서기 쉬운 것은 맞다.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재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까지 피해줄 것은 없지 않은가.

"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02/10 03:34 2011/02/10 03:34

트랙백 주소 :: http://ruinsane.net/trackback/325

스킨 : Jiha_Blue_breaking ver.0.1

designed by Jiha

powered by textcube b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