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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당신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검색이 안 될만한 주제로 쓰는 글은 보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분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이 블로그에서 암묵적으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이 있다는 걸.

첫째로 정치적인 매우 민감한 사항은 거의 다루는 일이 없습니다. 어쩌다 언급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한쪽의 편을 드는 일은 없지요. 많은 커뮤니티에서 정치, 종교색의 글을 금지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저 두 주제가 나오는 순간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니까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로그 잘 보시다가 욱하면서 감정 상하실 분이 생길 것 같아 자제했습니다.

둘째는 19금 이상의 이야기입니다. 폭력성, 선정성 양쪽 다 입니다. 이 블로그는 어딘가의 포탈사이트에서 서비스받아 운영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회원가입해서 만든 블로그가 아닙니다. 제 왕국이란 뜻입니다. 제가 최고 관리자이고, 업데이트도 저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아마 제가 여기서 어떤 소리를 해도 별 문제는 안 생길 겁니다. 그러니 공권력적인 뭔가를 두려워해서 안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성년자를 배려하기 때문은 또 아닙니다. 이 블로그에 미성년자가 오는 일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설사 온다고 하더라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블로그로 돈 벌어먹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심각할 정도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글을 써서 뭐하겠습니까? 이미 사방에 불법 성인 자료들이 널렸고, 초등학생들은 피튀기는 가상 총싸움을 하는 마당에 제가 더 악영향을 끼치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런 내용을 안 썼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치 이야기랑 비슷한 맥락입니다.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죠. 어떤 영화에서 내장이 터져나오는 게 정말 리얼했다든지, AV배우 중 누구는 정말 외모가 아깝다든지. 이런 내용을 보자마자 기분이 나빠지시는 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끄적이며 살려고 만든 블로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 더 이상 현실과 온라인의 날 억지로 쪼개지 않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만들었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분을 대놓고 공개는 안 하더라도, 억지로 숨기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랬더니 남의 눈이 너무 중요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정치가 어떠니 종교가 어떠니 하는 건, 정말 교양 떨어지는 짓이죠. 그래서 그런 이야기 입 근처에도 갖다대지 않다가, 어느날 그 사람이 이 블로그를 본다고 합시다. 그 순간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 때문에, 마음 속에 순식간에 자리잡을 편견이 조금 두렵습니다.

맞습니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라고 달려있는 입이 아니라는 걸. 그런 용도로는 이미 일기장이 존재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남에게 외치고 싶은 소리는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들어줬으면, 그리고 정신을 차렸으면 하게 되죠. 어설픈 선민의식으로 계몽주의라도 하는 것이냐 하겠지만, 원래 자기가 좀 더 잘 아는 것 같으면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좋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을 도저히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모두 알고 있다면, 그건 이미 인간이라고 부르기 힘드니까요. 다들 자기 관심 분야만 도토리만큼이나 알고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저히 이성적인 사고가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의사 역사학. 제 주위에도 그 신봉자가 꽤 있습니다. 일명 환빠라고들 낮춰 부르죠. 하지만 제겐 그 중에도 소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한 사람이 "사실 역사는 이러이러한 거야."라고 하는데 틀렸는지 맞았는지 증거부터 수집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내용이면 혹하기 쉽지요. 그들이 그렇다고 해서 지적으로 부족한 사람은 아닌 겁니다. 제가 그들과 사이가 멀어지길 바랄 리가 없죠.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 하려고 만든 블로그, 그 동안 자제했던 주제들도 슬슬 풀어보려고 합니다. 1:1 대화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는 형태인 블로그 포스트에서조차 독자 모두를 배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꼭 기억해주세요. 전 당신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 모두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 신경이 거슬릴 법한 날이면,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반박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 의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답변해 드릴 겁니다. 다만 다른 점이 조심스럽습니다. 감성이 풍부하신 많은 분들은, 접하는 일들을 호의적/비호의적으로 분류하시곤 합니다. 그리고 비호의적이라고 생각하면, 귀를 닫고 고개를 돌려버리시곤 하죠. 제게 차라리 동감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해 주세요. 다소 공격적인 말이 섞여있다고 해서 '날 싫어하는 갑다.'-하며 조용히 제 곁을 떠나가시면 너무 슬플 겁니다.

다소 야할 때도, 격할 때도, 잔인할 때도, 냉정할 때도 있을 겁니다. 이 블로그에 담긴 주제 수만큼이나, 제 생각도 삶도 다양합니다. 기숙사에서 불을 끄고 남자들끼리 수근대던 그 고등학생도, 설명을 못 알아듣는다고 멍청하다며 친구를 윽박지르던 쫌생이도, 교실 구석에서 SF 소설을 읽기 좋아하던 초등학생도 전부 저니까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모양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모습을, 저와 친분이 있으실수록 한 발짝 물러서서 그저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남의 뒷이야기를 듣는 건 재밌잖아요. 친구의 친구를 넘어 들려오는 내 짝꿍의 시시한 소문들처럼. 소문에 휘둘려서 짝꿍을 혼자서 의심하다, 결국 멀리하지 말아주세요. 머릿속에서 떠도는 수많은 생각과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짝꿍을 불러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겁니다. 그리고 물어주세요. 넌 어떤 사람이니? 그 솔직한 대답을 듣고 나서 판단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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