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영역 바닥인 자여, 비문학을 파라
허세부리는 자칭 '천재'들에게 기죽지 마라
언어영역 성적의 비결요? 타고난 거죠~
내가 했던 말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농담삼아 대답한 말이었고 많은 학생들이 웃어주었다는 이야기를 사족으로 덧붙인다. 비록 내가 했던 말이지만, 난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잠재적 지적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친 않는다. 다만 내겐 '일 만 시간의 기적(무엇이든 일 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서 세계적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 훨씬 그럴 듯하게 들린다는 소리다.
다른 영역이야 그럭저럭 나오는데 언어영역이…
이공계생들에게 정말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인문계 학생 중에도 유독 언어영역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많더라. 요즘 한 고등학교에서 멘토링을 해주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끔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려한다. 해도 안 되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니. 세상에 해도 안 되는 건 없다. 너희들이 원하는 자리가 전국수석은 아니잖아?
그래서 준비했다. 언어영역. 도저히 공부할 견적도 안 나오고 그저 짜증만 난다면-
비문학이 안 되는데 대체 뭘 풀겠다는 말인가?
-비문학을 파라. 왜 하필 비문학일까? 비문학 문제가 가장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비문학 점수가 안 나오는데 다른 문제를 맞출 것이란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뜻일 뿐이다. 과외나 멘토링을 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문학에 비해 비문학에서 고전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나 감히 말한다. 비문학 성적 더 못 올리면, 문학도 더는 안 올라간다.
비문학에는 비유적인 표현도 극도로 자제되어있다. 문단 간 상관관계도 대체로 뚜렷하다. 흔히들 말하는 '언어적 감각'따위 없어도 충분하다. 누구나 연습만 제대로 하면 다 풀 수 있다는 소리다. 다른 것 필요 없다. 비문학은 언어영역의 문제를 맞추는 기본 공식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의 싸움이다. 그 공식이란 바로 짝짓기다.
사실을 말하자면, 언어영역의 어떤 문제도 감수성의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 글에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문학도 마찬가지다. 모든 해석에 패턴이 있고, 문제를 푸는 건 그 패턴매칭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국어교과서가 자기 시를 도륙한다고 슬퍼했던 것 아니겠는가. 현재의 국어 교육이란 그런 존재다.
'보기의 내용과 지문의 근거를 짝 맞추기'-바로 짝짓기가 언어영역의 알파요 오메가다. 넘겨짚기, 섵부른 추측, 본능적 감각 같은 건 언어영역 입문 시기에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문학은 비교적 배경지식이 덜 필요한 편이다. 고득점의 교환조건이 드넓은 관심분야나 백과사전 정독이 아니라는 뜻이다. 필요한 지식은 웬만해선 지문에 있다. 외우고 익혀야 할 것이 있더라도 최소한 문학이나 쓰기보단 극도로 적다. 그래서 언어영역 전체를 위한 기초적 문제풀이 연습을 하기에 제격이다.
비문학을 다져야 글이 보인다
비문학을 연습하자. 답의 근거를 명확히 찾는 훈련을 하며 문제를 풀자. 비문학에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이라고 했다. 때문에 죽어라 비문학 문제집만 풀어제끼는 건 도저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치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시사, 과학 상식을 늘리기 위해 하는 공부는 아닐테니까. 틀린 문제를 맞는 보기 뿐 아니라 틀린 보기까지 명확히 점검하길 바란다. 어느 정도까지의 논리 전개가 허용되는지, 어떤 내용은 보통 어디에 위치하는지 눈에 익히라. 그러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자체를 보는 통찰력이 점점 자라나는 자신의 모습을.
* 남은 이야기 :
원래는 비문학 지문을 읽는 방법이나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모두 이 글에서 다루려 했다. 하지만 또 분량 조절을 실패하고 말았다. 간단한 주제를 담는 깔끔한 단문을 쓰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새벽에 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글을 보다가 그냥 일단 끊기로 결정했다. 역사상 연재를 마음 먹고 제대로 해낸 일이 거의 없어서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이 내용으로 종결이지만, 다음 내용을 보고 싶다면 더 기다리셔야할 것이다. 다음 글의 기약이 없다는 슬픈 소식은 아쉽지만 덧붙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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