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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스승의 날이었구나

아침에 일어나면서 늘 시계와 날짜를 확인한다. 아, 오늘은 15일이구나.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지만 머리 속에 스승의 날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 없이 보강 수업에 갔고 와우를 했고 과제를 하다가 과외를 하러 갔다.

중학생은 참 기운 넘치는 시기인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웃어대서 나도 즐겁게 만든다. 물론 가끔 도가 지나치게 분위기가 올라가서 책을 볼 생각조차 안 할 때가 있기도 하다는 건 덧붙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절정의 반항기가 아닌 건지, 아니면 이미 성숙한 건지 통제력을 벗어나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를 풀려 놓은 뒤 찾아오는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조차 있다. 오늘 같은 날은 더 심하다. 내가 밤에 몇 시간 못 잤기 때문에 계속 떠들고 있지 않으면 눈꺼풀이 계속 떨어지려고 했다. 샤프 소리만 사각사각 들리는 그 침묵과 함께 잠시 잊었던 졸음이 다시 밀려왔다. 뒤에 다른 수업이 하나 더 있는데, 아직은 버텨야하는데, 그렇게 손가락으로 이마를 짖눌렀다.


내게 스승의 날이란 '하루 핑계를 만들어 수업을 몇 시간 떼먹을 수 있는 용도'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적이 없었다. 애초에 기념일이라는 존재 자체에 별로 의의를 두지 않기도 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면 존경했지 그게 스승의 날과 어떤 상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선물을 직접 준비한 적도, 편지를 써본 적도 없었다.

어버이 날에 정성 들여 편지를 쓴 적도 없다. 학교에서 시키면 그냥 안 쓰거나 편지를 빼돌리거나 하여튼 별 방법을 동원해서 제대로 쓰지는 않았다. 이건 당시 부모님과 나의 관계 문제도 있고 스승의 날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만, 내가 편지라는 존재에 여전히 매우 생소함을 느끼고 써야만 할 때마다 곤혹을 치르는 것은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애초에 부모님께 편지를 써본 적 없는 녀석이 어디서 누구한테 감사의 편지라도 썼겠는가?


졸음이 확 달아났다. 정말 놀랐다.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면서도 스스로를 선생님이라는 존재와 결부시켜본 적이 없다는 반증이었을까? 카네이션(으로 추정되는) 화분을 눈 앞에 마주했을 때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나의 '직업용 얼굴'은 조금의 당혹스러움도 없이 웃음을 지으며 감사함을 표했지만 속은 아직 혼란 속이었다.

학생 집을 나와 아파트에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웃음이 터졌다. 짐이 늘었는데 전혀 무겁지도 거추장스럽지도 않았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는 화분 하나와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상자에 포장된 비누가 내 손에 들려있었다.

이유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는 기쁨이 조금씩 새어나와 엘리베이터를 채워갔다. 조금의 기대라도 있었으면 결코 맛보지 못했을 감동이리라. 형식적인 것이 형식적이지 않은 사람에겐 돌발적인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PS. 부러움을 증폭시키기 위해 사진도 같이 걸어둘까 생각했지만, 관두는 게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향기를 느껴주길 바란다. / 그리고 글은 일부러 맺지 않는다. 문체도 일부러 그랬다. 스트레스와 잠부족에 기운 없는 탓도 있긴 하다.

2010/05/16 02:42 2010/05/16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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