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미로 대단한 웹툰, '마신슈트'
내가 웹툰 리뷰를 여기다가 쓸 줄은 사실 상상해본 적도 없는지라 스스로도 좀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 8편짜리 짧은 단편을 보며 받은 난감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좀 시원할 것 같다. / 이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스포일러 경고를 해야하는지는 의심스럽다.

마신슈트는 다음웹툰에 2월달부터 연재되던 단편이고, 최근에 완결되었다. 총 8편이고, 여러가지 이유로 단숨에 읽어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난다면 읽고 난 뒤에 이 글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일단 첫 임펙트는 제목. machine과 魔神을 섞어놓은 말장난부터, 건담의 모빌슈트가 연상되는 제목도 물론 인상적이지만, 그 두 가지를 전부 제쳐 두고라도 그냥 유치하다는 생각부터 들게 만든다. 그래도 원래 만화는 유치한 제목도 많고, 제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는 법! 좋아, 한 번 읽어보리라…
난 그림을 까진 않으련다

열심히 그렸잖아? 그림은 그냥 넘어가자
일본 그림체라며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여기엔 찬성하기 싫다. 눈이 크다못해 터져나갈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원래부터 많은 출판만화 시장의 한국만화들도 그랬다. 특히나 TV 애니메이션은 좀 정도가 심해서 대놓고 일본 그림체도 간간히 보이곤 하는 와중에 이 만화만 뭐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일본 만화를 엄청 봤을 것이고, 오다 에이치로처럼 존재 자체가 천재적인 사람도 흔치 않으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림체는 좀 용서해주자. 그리고 다른 이유보다도 난 그림체 '정도라도' 좀 관대하게 봐주고 싶다.
일단 좋은 평
칭찬부터 시작하자. 그냥 연필로 찍찍 그은 후잡 그잡채의 만화였다면 내가 리뷰조차 쓰지 않았을테니까. 그래도 뭔가는 있기에 내가 8화는 읽어줬던 것 아니겠는가? 다른 다음 웹툰 중에는 3화만 보고도 토나오던 게 있던데… 뭔지 언급하진 않으련다.

무엇보다 그림에 꽤나 정성을 들인 게 느껴진다. 도저히 어시스턴트를 부릴만할 것 같지는 않으니 많은 효과들을 베껴온 것이 아닌 한 직접 그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CG들이나 색상 조합이 부분부분 어색하긴 하나 눈여겨 봐둘 정도는 되었다. 무엇보다 당연하지만 나보다는 워낙에 나아서, 내가 못하거나 생각해본 적 없는 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칭찬 끝.
눈에 띄는 단점들
중2병이라는 단어가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은 좋다. 머릿속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사는 것도 재미있고 창조적인 일이다. 꿈이 원대한 것도 좋고, 이왕 상상력을 한다면야 그 스케일이 광활한 것도 멋지다. 하지만 그 상상에 체계와 연계성, 납득할만한 장치가 부족하다면 혼자 상상하거나 친구들과 나누는 정도에 그쳤어야 했다. 기껏 웹툰에 연재를 하게 된 단편 하나를 몽땅 예고편으로 만들어버렸지 않는가?

어디서 들어본듯한 영어를 늘어놓는다고 없던 멋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럴 듯한 설정만 갖다붙인다고 블록버스터가 되지는 않는다. 과연 내가 아닌 사람이 봐도 멋있을까?
라는 고찰을 해봤어야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보는 사람이 부자연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게 다듬어놨어야 하지 않을까?
각종 단어들은 듣자마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유치하다. 거기에 일일이 강조까지 해놓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건 무조건 단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어가 유치하고 아는 영어 대충 갖다붙인 것 같다고 해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 어릴 때 본 만화들을 되새겨보라. 무진장 유치하고 나오는 영어란 죄다 틀린 말인데도 주먹에서 땀이 배어나오도록 흥분하며 보지 않았나? 문제는 다른 것들이다.
그림 테크닉이 다가 아니다
난 망설임 없이 이 만화를 몇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개봉박두'. 멋진 장면만 골라서 편집해주고 각종 세계관을 넌지시 내비쳐 흥미를 갖게 하기. 그야말로 예고편이다.
기승전결이라는 매우 기초적인 구성도 찾기 힘들다. 그냥 진행에 흐름이 없다. 당연히 등장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가지도 않는다. 히로인과 주인공의 만남이 있기도 하고, 뭐 이상한 넘 하나 나와서 다 때려부수기도 하지만 별로 의미는 없어보인다. 작가의 머릿속에는 아마 멋있는 장면에 대한 강박관념만 가득차 있었던 게 아닐까?
하루이틀 그림 그려봤다고 그릴 수 있는 레벨도 아니고,1 그릴 수 있는 양도 아니다. 작가가 만화에 관심이 많은 건 분명한 것 같고, 최소한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은 많이 했다고 본다. 그 결과 이 정도 그림실력을 갖추게 되었겠지. 멋있는 장면들을 직접 그려내고 싶고, 명작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그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며 두근두근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만화는 일러스트 모음집이 아니다. 그림만 오려붙여놨다고, 컷만 나눈다고 만화 되는 거 아니다. 기본적으로 만화가 갖추어야할 구성 요소들이 있다는 말이다. 모든 서사적 작품이 갖추어야하는 기본 조건인 스토리가 일단 있어야하고, 만화적 연출, 대사 등도 당연히 요구된다.
그림 연습은 많이 했다면, 이제 다른 부분을 노력해야 할 때다.어떤 만화가 정말로 재밌고 빠져들만 하다면, 그 이유가 그림에 있을 경우보다 스토리에 있을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자명하다. 처음부터 빵빵한 이야기와 체계적인 청사진을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하라고는 안 한다. 하지만 최소한 스토리라인은 갖추고 만화를 그려야 할 것 아닌가?
어디서 많이 보던 연출
아까 만화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나열하다 연출을 살짝 언급했다. 난 이 만화를 보는 내내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완결편에 가까워져서야 그 이유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거… 게임아냐?!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여주겠다.

이런 식의 주인공 정면샷&일방정 대사가 너무 많다. 조금 더 잡아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다.

게임 너무 많이 하셨다
게다가 새로운 사건 전개도 너무 '게임 이벤트' 같다.


말투 및 기타 의견
많은 작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어식의 표현은 이제 뭐라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짚어내기도 귀찮으니 그냥 별 말 안 하련다. 사실 일본어 같다는 것 이전에 대사 자체에 전혀 박력감이 느껴지질 않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충분히 별별 것으로 다 까댔으니 더 단점 찾아내기도 귀찮다. 관둬야지.
작가님 공부를 더 하시길 바랍니다
글쎄, 차후 그림작가 데뷔를 꿈꾸고 있다면야 적절한 처녀작일지도 모르겠다. 난 이 정도는 그릴 수 있다.
라는 증명 정도? 더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 힘들다.
과연 작가는 이 작품에 애정은 갖고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대충 기회가 와서 머리 속에 있던 것 아무 거나 그려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면 너무 몰입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읽어보지 못한 실수를 저지른 걸까? 그 어느 쪽이든 프로다운 행동은 아니었다. 돈 받으면서 그리는 화려하고 정성 엄청 들어간 공책 낙서. 이것이 내가 이 작품에 마지막으로 내리는 평이다.2
이 글을 다 읽고 너무 처참하게 까이는 모습에 동정심이 느껴지시는 분들은 한 번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독하고도 내게 동의하지 못하겠으면 언제든지 반론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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