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팩이라니
원어데이 오늘자(2010/4/5) 상품은 화산재 팩이다. 화산재란다 무려. 유황 냄새가 조금 이지만 나기도 한단다.
화장품의 세계는 내가 감히 이해하기에 너무나 깊고 심오해서 감히 논리적으로 파고들 엄두도 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쯤 되면 신기해진다. 그냥 피부에 좋다고 소문만 나면 뭐든지 다 펴서 피부를 덮어버릴 기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 재료 따윈 과감하게 무시해주는 그 놀라운 도전정신이 그저 놀랍다.
생약이라고도 하며 허브 용법이라고도 부르는 치료법이 있다. 화학적으로 가공된 약보다 자연적인 식물을 약간의 가공만 거쳐서 약으로 사용하는 거다. 아무래도 자연 그대로이니 몸에 더 좋고 자연스럽고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이유가 크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약의 경우 제대로된 약사나 처방전보다 그냥 인터넷이나 입소문으로 이런 병엔 이게 좋다던데~라는 말을 듣고 사게 된다. 아니면 생약 파는 가게 주인이라던가. 어떤 면으로 봐도 도저히 식품처럼은 보이지 않는 알약 같은 것보다야 확실히 약초나 일반적으로 먹는 식물을 먹는 편이 훨씬 편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이라고 본다. 약은 괜히 가공하는 게 아니고, 인삼은 괜히 홍삼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그냥 먹는 것처럼 보이니 양이고 체질이고 뭐고 자신이 의사라도 된 양 멋대로 판단해서 먹었다간, 당연히 부작용이 생기고 과다 복용으로 다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알약이든 생약이든 똑같은 재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효능이 같은 것 아닌가? 그걸 적정치로 조절해놓은 것이 바로 약이란 존재다. 그리고 약은 괜히 처방전과 약사의 확인을 거쳐야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연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란 말이다.1
난 팩을 보자마자 생약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그냥 팩을 사서 한다면야 당연히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텐데, 오이는 기본이고 별별 신기한 걸 다 발라대니 정말 기인열전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냥 어디서 피부가 탄력이 생긴다느니 보습이 된다느니 하는 소리만 들리면 실제로 좋은지 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일단 얼굴 위에 덮고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번엔 화산재라니! 여성을 타켓으로 한 마케팅에는 별로 쓸모가 없어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광고는 이러이러한 점에 좋다고 하면서 정작 왜 그런지는 안 말해준다. 귀한 재료이고, 화학 처리를 자제했고, 천연이기 때문에 피부가 좋아진다는 설명. 당연히 인과관계란 정말 눈꼽만큼밖에 찾아볼 수 없다. 이게 납득이 간다는 걸까? 난 화산재라기에 그걸 왜 바르냐는 생각부터 저걸 사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의외로 사는 사람이 꽤나 많은 것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화장품은 무지하다. 그 깊이가 몇 척의 자로도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라 함부로 말하긴 힘들다. 그저 정말 궁금할 뿐이다. 저 광고와 제품 설명을 보면 화산재를 얼굴에 바르고 싶어지는지,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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