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100이란 딱히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시작 전 잡설
제목을 써놓고보니 이상하게 일본어같이 느껴집니다만, 제 착각일 것이라 착각하며 넘어가겠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아듣는 두번째 잡설 : 원칙상 h4 태그는 h3 태그 아래에 와야합니다만, 그럼 왠지 중요한 내용 같잖습니까. 구조란 건 머리 아프려고 지키는 건 아닐 겁니다.)
블로그 완독
가끔 있다. 그런 시간이 가끔 찾아온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기는 싫은데,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는 것도 귀찮은 시간. 보통 그런 시간에는 일의 진행을 위한 국소부위만 남겨두고 몸을 정지상태로 버려두게 된다. 보통 21세기 사회의 일원에겐 그 국소부위는 손가락이 된다. 읽는다-클릭한다-읽는다-… 왠지 그런 시간은 주로 새벽에 찾아온다. 알게모르게 한 것도 없는데 취침 시간을 늦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홀린 듯이 시간 감각에 무뎌진다. 멍하니 사고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오늘 그렇게 어떤 사람의 블로그를 다 읽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100개가 넘는 글을 다 읽어버렸다.
그런데 내 블로그는?
난 뭘 쌓아둔 것인가
나름 기뻤던 적이 있다. 글 수가 200에 가까워짐에 희열을 느꼈다. 로봇이 아니라 사람들이 방문해주는 것이 기뻤다. 그들 절대다수가 댓글을 남겨주지 않았지만 그건 당연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일이었다. 검색으로 유입되는 진짜 트래픽이 이 정도나 된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했다.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있다. 이 200개나 되는 포스트 중에 한두 번쯤 헛소리를 해도 사람들은 모르겠지.
과연. 200개나 되는 포스트인가.
이 변방에 어느 한심하고 할 일 없는 사람이 블로그를 통채로 읽으려고 오시겠습니까마는, 그많은 대한민국 인터넷 인구 중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도 생각하겠지. 어? 벌써 다 읽었네.
지금 내 블로그를 정주행한다면
순식간에 블로그를 통채로 머리에 쑤셔넣은 그 사람의 감상은 어떨까. 내가 마음 가는대로 싸놓고 간 개똥철학을 곰씹으며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까? 난 좀 아닐 것 같은데…
아마 별 찌질한 글들만 기억에 남으면서, 아, 이 블로거는 게으르고 글마다 주기적으로 폭주해서 병신 인증하는 넘이로군.
이라고 진실을 깨달아버리겠지.
요즘 들어 글에 이미지 추가하는 것도 귀찮아 죽겠고, 소제목 나누는 것도 격한 노동처럼 느껴지고, 글 흐름 다듬기도 도저히 안 끌린다. 덕분에 줄창 지저분하고 교훈적인 것도 아닌데 딱딱하기까지한 글들을 찍어내고 있다. 아니지, 찍어내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그런 글조차 쓰지 않고 있다.
난 그나마 이 블로그의 매일매일을 머리에 담아두고 있지. 어느 날 여기에 처음 온 사람이 주르륵 읽어버린다면, 자연히 그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말 재미없을 걸?
조금은 열심히 써야할텐데
열혈 블로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아직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되다 만 녀석이 인터넷에 글을 좀 예쁘고 정성들여 써봤자, 까마귀에 파운데이션 바른다고 백로로 봐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넷에 글을 쓰기로 작정한 주제에, 게다가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주제에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며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여기게 된다.
난 어설픈 자괴감으로 스스로를 방구석으로 몰아넣다 커터칼과 함께 인생을 종결하는 취미는 없다. 오히려 끝 없이 나를 사랑할지언정. 내 글이 그렇게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면 끝까지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니까.
다만 이렇게 과장되게 자신을 까대는 것은,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써내지조차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매일 소리 없이 올라가는 카운터를 제외하고는 정지화면을 보는 듯한 블로그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벽에 글을 쓰면 잡설이 길어진다. 각설하고, 결론은?
누군가를 정주행하고 싶게끔하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
끝나고 잡설
시작 전에 분명 제목이라 했던가. 그딴 거 없다. 글 중간중간, 아니 사실 죄다 일본어 같이 느껴진다. 잡설이란 말도 일본어 같다. 애초에 비판적 시각이고 주체적 수용이고 뭐고 다 갖다버리고, 이 만큼이나 일본 만화책을 읽어제끼고 그것도 모자라 본토에서 1년 묵고 돌아온 인간에게 일본 냄새를 몸에서 빼라는 것은 충분히 무리한 요구다.
본론보다 잡설이 더 임펙트가 강해서 슬프다. 글을 잘 쓰려면 입을 다무는 법도 배워야한다는 걸 자주 느낀다.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다간 더 길어지겠지. 언젠가 이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며 잡설은 이만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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