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렌지 안에서
어디서든 돈만 지불한다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전국에서 핸드폰이 터지는 곳을 찾는 것보다 안 터지는 곳을 찾는 게 훨씬 더 어렵다. 무선으로 무언가가 동작한다는 사실은 이제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이 황홀경의 21세기. 우린 바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전파는 유도탄은 아니다. 자, 저 핸드폰에서 기지국으로 신호를 발사하는 거야! 발사!
한다고 해서 sms 내용을 담은 편지 한 장이 공중을 날아가 기지국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아니다. 뭐랄까, 발사보다는 뿌린다는 표현이 훨씬 와닿는다.
지상이면 어지간한 곳에서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의 시대야 의외로 몇 년 안 되었을지 몰라도, 라디오는 훨씬 오래된 살아있는 추억과 같은 존재다. 과거를 회상하는 빛바랜 이야기들에 라디오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핸드폰이야 결국 기지국이라는 종착지라도 있지만, 라디오는 누가 들을지도 모르고 일단 사방에 흩뿌린다. 그걸 방송이라고 하고.
결국 무선 통신을 시작한지로 그 오랜 새월 동안 인류는 온 몸으로 찌직거림을 받아온 셈이다. 온 공기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빛들이 정처 없이 헤매고 있다.
문뜩 우린 모두 거대한 전자렌지 안에서 수많은 마이크로파로 구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목적은 기름기를 쏙 뺀 인육 확보인가? 아니면 인류 멸종? 뉴스에서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몸에 안 좋고, 뇌와 생체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던데.
물론 심하게 과장된 이야기다. 고기가 될 일은 없을테니 안심해도 좋다.
그저, 다른 게 아니라, 자기 키의 몇 십배가 넘는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들을 수없이 땅에 박아대면서, 이제 별 다른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인류에 때때로 놀라움과 약간의 두려움을 금치 못할 따름이다.
과연 이 다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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