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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글

사실 요즘 블로그에 쓴 글이 꽤나 많습니다. 뭐? 공백기 아니었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블로그에 글을 썼다는 것이 그 글을 공개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블로그는 아무리 돌려 말해도 결국 남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지는 공간입니다. 공개적인 곳에서 자신을 꾸미는 것이나 일부를 감추는 것을 가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죠. 인터넷이 발달하며 더욱 늘어난 것 같습니다만, 전 역시 그런 말은 덜 자란 잠꼬대로 들립니다.

자신을 꾸미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남이 보고 싶다고 한 적도 없는 치부를 뒤집어 보여주며 좋아하는 것은 노출증에 걸린 변태 그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건 현실 도피나 위선과는 다릅니다.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 제 생각을 많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막 늘어대면서 다른 사람의 위로에 말에 그래, 난 정상인이라구ㅋㅋ 같은 자위나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동류라고 이름붙인 사람들끼리 모여 사회 전체를 왕따시키며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언젠가 그런 적이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만, 그런 성장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하니까요.

상담이란 것을 할 때, 가장 많이 와닿는 방법은 역시 실례(實例)인 것 같더군요. 이론적인 이야기 백날 해봤자, 사실 평소에 늘 들었던 이야기 아닐까요. 노력하면 성공한다.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진리지요. 하지만 왠지 상담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인용해서 너도 노력하면 나처럼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면, 알 수 없는 묘한 설득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조금은 제 이야기가 그렇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뭘 잘 극복해냈다는 소리도 아니고, 남의 모범이 되기에는 많이 모자라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늘 상대성을 느끼게 되더군요. 모든 게 나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도 제 이야기 중 한 곳에서 배워갈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산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하지만 글과 제가 덜 다듬어졌습니다. 생각 없이 써 놓은 글들을 다시 보면 머리, 꼬리가 없는 것도 모자라 몸통은 이리 저리 따로놀고 있더군요. 어떤 내용을 말할 것이냐만큼이나 어떻게 말할 것이냐도 중요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스스로의 글쓰기 능력에 조금은 좌절하게 되는 것 같네요.

늘 정리해서 다시 공개글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한결 같습니다만, 마음먹기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많지요. 학교 생활도 절 도저히 편하게 놔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사실 무엇보다 제 불성실함이 삶에서 한가로움을 뺐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제로 늘 바쁘지만, 과제가 그렇게 많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네가 미뤄놓을 뿐이라는 당연한 대답만 돌아오곤 합니다.


오늘도 바쁩니다. 바쁜 와중에 안 그래도 변방의 블로그가 최근에 더 한적해지고 있다는 것을 무심코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옛날 글에 누가 달아준 감사한 의견 하나에 다시 제 블로그를 돌아보고야 알아차렸지만요.

그러다 한참 게시판과 홈페이지가 유행했던 시절, 커뮤니티에 간간히 올라오곤 했던 요즘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생각났습니다. 대부분 요즘 생활에 대한 짤막한 정리와 요즘 왜 자주 못 왔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요. 그래서 짧게나마 근황을 적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선을 그어 따로 분리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밑에나마 진짜 근황을 조금은 적어보고 글을 끝내고자 합니다.

딴 것보다 자신의 나태함과 한 없는 늘어짐에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남의 눈치를 보기 급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야 그나마 더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게 되다보니 긴장끈을 아차하는 사이에 놓아버린 것 같습니다.

유유자적함과 한가함, 부족함 속의 여유로움도 분명 사랑하는 저입니다만, 지금 세상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태도죠. 느림만큼이나 짜릿짜릿한 속도감도 좋아하기에, 다시 스스로가 각성제가 되기 위해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이번 학기는 사실 복구가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만, 그렇다고 이번 학기를 유급해버리고 다시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어설픈 한 보 후퇴는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랬다간 내년 초까지 노력 전 페이스 조절이라며 느긋하게 놀다가 다음 학기 중반쯤 되어서 다시 똑같은 후회를 하겠지요.

지금부터 땜방에 들어가야지요. 출석 점수로도 이미 한참을 날려먹은 상태에서 대체 어디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합니다만, 최대한 재수강 과목을 내지 않으면서 이 학기를 끝내야겠습니다. 시작을 다음 순간으로 미루는 것은 시작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고 믿습니다.

자, 그럼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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