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 반항하기 - 자장면이 대체 뭐냐 (+다시수정)
9/19 수정 내용
지금까지 내용에 약간의 오류가 있었던 경우는 딱히 크게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이번엔 그게 안 될 것 같아 따로 알린다. 추가된 내용은 이와 같이 밑줄로 표시되어 있으며, 제외된 내용은 이와 같이 지움 표시가 되어 있다.
시작 전에
맞춤법이 주제라면서 두번째 글부터 어법 틀린 이야기는 관두고 단어 이야기를 꺼낸 것도 우스운 마당에 그것도 현 표준어가 마음이 안 든다는 내용이라니. 뭐, 이 블로그 처음 들어온 사람 아니라면 내 스타일1도 모르는 바는 아닐테니 그냥 넘어가자.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글 분류 이름이 '맞춤법'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는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그럼 시작합니다.
자장면이 뭐야? 자장면이…
학교에서 맞춤법 수업을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 그 이름도 찬란한 짱개 이야기를 해보자. 대한민국 중등교육에 의하면 짜장면은 잘못된 말이고 자장면이 바른 말이라고 한다. 대체 누가 외람스럽게도 짜장면 님을 자장면이라고 마음대로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그는 유행에 실패했다는 것. 난 태어나서 한 번도 중국집에서 여기 자장면 한 그릇 주세요~
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윽, 생각만 해도 느끼해지는군.
한국 맞춤법의 기초는 당연히 소리나는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라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잠깐 덧붙이자면 짜장면과 자장면이 혼용되는 상태라면 자장면이 좀 더 표준어에 걸맞는다고 보긴한다. 그 이유는 글 후반부에 다시 언급하겠다.
그런데 글을 쓰던 중, 예기치못하게 이 글의 존망 위기가 흔들리게 되었다. 잠시 배고파지는 음식 얘기를 접고 사건의 전모를 같이 밝혀보도록 하자.
N모 검색엔진의 주장 :

입력하신 '짜장면'의 바른 한글 검색어는 '자장면'입니다. '자장면' 검색결과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짜장면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 예상대로다. 그리고 난 당연히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의 이 말은 틀렸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짜장면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다른 사전들과 달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자장면'의 잘못
이라고 뜻풀이 되어있지 않았다. 드디어 국립국어원이 이 어이없는 표기의 실체를 이해하기 시작했나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대체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전은 짜장면을 그저 자장면의 다른 표기로 인정하고 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의어는 등호(=)를 사용해 다른 단어를 가리키고 잘못된 표현은 바른 표기로 화살표(→)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짧게 끝나려던 글이 길어진 것도 모자라 열심히 삼천포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게 되었다. 뭔가 결론을 내야하는데 이렇게 당혹스러워서야.
급작스럽게 일단 마무리
글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개그물이 된 것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짜장면 논란을 정리해보겠다.
내 입장은 확고하다. 자장면이란 말은 이미 죽었다는 것과 소생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말도 안 되는 억지 표준어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짜장면을 표준어로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로 표준국어대사전이 '잘못'이라는 말을 뜻풀이에서 빼버렸으니 대체 내가 누구에게 뭘 주장해야할지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여전히 '짜장면'을 틀린 말이라고 풀이하는 것 같다. 오늘은 이만 버로우.
덧 : 된소리 남발하는 작금의 사태가 아아, 통재라
사회가 각박해져서라는 주장도 있고 별로 신경 안 쓰는 사람들도 많지만, 확실한 건 점점 한국말에서 된소리를 남용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서울말에서 심한 것 같다. 저기 가면 뭐가 있을까?
를 표준 발음대로 소리내는 젊은층이 오히려 적을 정도다. 그 대신 쩌기 가면 뭐가 있을까?
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게다가 신조어도 된소리가 들어간 경우가 많으며,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들에서도 된소리 비율이 더 늘어나는 것을 조금만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2
굳이 욕설이 아니더라도, 된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어감이 강하며 타격적이다. 한국어 고유의 어휘들은 부드럽고 정감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윤슬 같은 단어를 보라. 그 단어 자체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지겠지만 뜻을 찾아본다면 더 감동받게 될 것이다.
된소리를 많이 쓰게 되면 될수록 한국어의 장점 중 하나인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갈수록 현실이 힘들어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난다는 반증일까? 늘어나는 된소리는 도통 줄 줄은 모른다. 짜장면과 자장면이 혼용된다면 자장면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굳이 발음되지 않는 방법으로 표기할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한글은 표음문자라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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