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에 '미친' 일주일 1. 8/5 : 허클베리핀 무료 공연(2)
서울숲은 가까웠다
서울숲이 과연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온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서울숲을 찾아보니… 뭐? 뚝섬?! 바로 옆이잖아! 이상한 일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몰라도 왠지 서울숲이라고 함은 한강의 약간 위쪽에 보이는 고층빌딩들 사이에서 피곤에 쩔은 도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초록의 공간이어야하는 것 아닌가? 왠지 용산구쯤에 있을 것 같잖아! 이거 괜히 일찍 나왔군. 하지만 그냥 일찍 나온 김에 일찍 가야지.
지하철 한 정거장을 건너 뚝섬역으로 향하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없이 되뇌이고 있었다. 지난 달 절대적 빈곤에 허덕인 후 지하철 한 번이 얼마나 큰 지출인지 가슴에 새겼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난 너무 물렀다. 이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알았던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역으로 나왔다. 그리고 깨닫게 된 사실은 내가 뚝섬역에서 서울숲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괜히 숫자가 괜찮아보이는 출구로 나가서 헤매이는 것을 서너 번 한 후 난 의욕을 상실하고 다시 역 중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했다. 지하철에서 나왔을 때, 분명히 바로 보였어야할 안내입간판이 서있는 것이다!
멀쩡한 길도 돌아가는 비상한 재주가 자신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며 안내입간판이 시키는 그대로 나아갔다. 그리고 도착! 역에서 숲까지 조금 걸어야하긴 했으나 별로 멀지는 않았다. 아직도 공연이 25분쯤 남기는 했지만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오는데 걸린 시간이 30분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노자일 뿐.

서울숲 (저작권 : 퍼블릭 도메인<-모르면 찾아볼 것)
시작 좀 해라
도착해서 대충 관중 파악을 해봤다. 예상대로 가족들도 있었고 커플들도 참 많았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다른 사람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만 왠지 소심하게 뻘쭘해야하는 느낌을 복습하며 적당히 앞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기다리는 시간을 보람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았다. 한 팔을 길게 뻗어 카메라 하나에 얼굴 둘을 담으며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 :
女 :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날을 기억하며… 헤어지자.
男 : !!!!!!나 : 아싸!
사실 그렇게 우울하고 질투심에 가득찬 기분은 아니었다. 옆 분들의 과격한 애정행각에 살짝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뭐 서로 좋다는데 내가 어쩌리오. 다만 시간이 참 안 가기는 하더라. 괜히 일찍 왔나 싶기도 하고. 뭐, 뒤를 돌아보면 그래도 사람이 적지는 않았기에 그나마 이 자리를 차지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빽빽하진 않았던 터라 나중에 왔어도 나 정도의 얼굴 두께라면 얼마든지 앞자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런 결과론적인 이야기는 무의미하긴 하지만.
계속 살펴보자니 여러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일단 무대가 낮았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의 기본 자세가 앉은 자세라는 점. 여태껏 경험으로 배운 바에 의하면 다들 서 있다가도 앉을 곳이 있으면 사람들은 별 생각 안 하고 앉고 본다. 그리고 그만큼 분위기도 같이 내려가고. 다시 세우는 것은 무대 위에 선 사람의 능력에 따라 달려있겠지만 그게 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아마 이번 공연도 열광적인 무대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했다. 거의 끝까지 다들 앉은채로 보게 되겠지.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누나! 너무 멋있어요!ㅜㅜ
이러니 저러니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8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라온 허클베리핀! 왜 다른 것보다 보컬 누나의 선글라스만이 내 시선을 압도하는 거지?!1
내가 아는 허클베리핀의 노래는 사실 썩 많지 않다. 지금 멤버 때가 아닌 1집 앨범 전체와 나머지 앨범에서 선택적으로 몇 곡 정도? 하지만 모르는 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쯤은 이 밴드의 1집을 산 후에만도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그리고 당연한듯이 허클베리핀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2 역시나 선글라스부터 인상적이었던 보컬 누나는 음색도 멋있었다. 목소리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 힘이란!
문제는 역시나 다 앉아있었다는 것. 앉아서 호응 한다고 해봤자 목소리 좀 내주는 거랑 박수 말고 별 거 없다. 참 정적인 무대. 아니지, 무대 위는 그래도 멋있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무대만 바라보며 열심히 그들의 노래를 귀에 새겨넣었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해도 심하게 호응이 없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다들 열심히 듣고 있고 노래에는 빠져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노래가 워낙 좋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답답하고 허탈한 말 중 하나는 역시 여기까지 xxx였습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뵈요~!
가 아닐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분들과 함께 앵콜을 외쳤다. 그리고 돌아온 허클베리핀. 그리고 보컬 누나의 외침!
"Welcome to Rock&Roll!!"
어떤 여성분께서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무대 바로 앞까지 튀어나가셨는데 경비원에게 제제당하고 발걸음을 슬프게 돌리셨다. 그리고 다들 이제서야 일어났다. 그런대로 분위기가 살아났다.3
멋진 앵콜이 이어지고, 또 다시 사람들이 앵콜을 외쳐 이례적인 앵콜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번이나 앵콜곡을 불렀음에도 너무나 짧았던 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첫날 분량 끝낸 후기
공연 내용에 비해 잡설이 너무 길었다. 이거야 짧은 공연이니만큼 그렇지만 다음날부터는 이것보다는 분량이 조절될 것이라 본다. (2)편의 경우 세 번에 걸쳐 썼기 때문에 주제도 난잡하고 분량 조절은 더욱 안 되어있다. 다음에는 시덥잖은 이야기는 좀 생략하면서 써야겠다. 이거 원, 어느 세월에 다 쓰나 몰라.
그리고 허클베리핀 공연 감상을 적으면서 보컬 이야기만 잔뜩 쓰는 이유는 공연을 본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장 인상깊었던 보컬 누나만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나도 보컬 이야기만 늘어놓아 찝찝하다. 좀 일찍 썼어야 했는데.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기지도 않는 같잖은 개그해서 죄송하다. 괜히 떠오른 김에 적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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