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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에 '미친' 일주일 1. 8/5 : 허클베리핀 무료 공연(1)

서울숲 별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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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별밤축제. 무료라고는 너무 호화스러운 음악가들이 참가하는 이 공연 소식을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동문 싸이클럽에서였다. 보자마자 흥미가 동하여 시간만 되면 매일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하지만 늘 마음만 앞서기 마련. 잊고 있던 탓도 있고 여러가지로 바쁘기도 해서 많은 공연을 놓쳐버렸다. 그리고 간만에 다시 안내글을 보고 있는데… 이럴수가. 오늘은 허클베리핀이 아닌가? 이거 지난 주말에 휴가를 다녀온 탓으로 피곤하다고 뺄 일이 아니었다. 난 같이 갈 사람이 없어도 혼자라도 갈 마음을 먹었고, 결국 혼자가게 되었다.1

허클베리핀, 그리고 성장하는 Rock Lover로서의 나

허클베리핀은 어떤 밴드일까. 난 중학교 때부터 락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사실 무지했다. 태생적으로 해비메탈을 처음 듣고도 거부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태어났지만 굳이 지식을 찾아나설 생각은 별로 안 했던 탓이다. 자연히 다른 평범한 아이들보다야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으나 뭐 우스운 것들이었다. Nirvana라는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보다 조금 더 안다고 해서 대체 뭘 뻐길 수 있겠는가.

크라잉넛이나 채리필터 정도야 그 당시에도 유명했지만 노브레인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넌 내게 반했어'는 영화 라디오스타에 나오면서 엄청 유명세를 탄 것 같은데 그 이전에도 있었던 노래였다. 내가 노래방에서 이걸 부를라 치면 친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했는데, 그 비난이란 왜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트느냐, 왜 재미도 없고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노래를 트느냐 등이었다. 뭐 그런 시절이었으니 알만 하다.2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내게도 개념이 조금씩 갖춰지기 시작했다. 나도 한 때는 무개념 키보드 워리어였으니까. 음악을 공짜로 듣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태어나 음반을 사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이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누군가는 사지 않겠는가라는 이상한 궤변이나 늘어놓았으니. 그러나 여러 영향으로 밴드를 훨씬 더 알게 되었고 한국 인디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음반도 몇 개 사게 되고. 자연히 귀가 '열리게' 되었다.

귀가 열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띈다. 1. 일단 거부감. 2. 오, 신기한데? 귀가 열린다는 것은 1번에서 2번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1번으로 자신을 가두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하드락에 대한 인식. 시끄럽고 거부감을 느껴 진심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고 '잘 안 들어봤으니까' 괜히 싫어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락을 모두 하드락 같은 것이라 오인하여 '락'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괜히 기피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부류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점점 접하다가 오히려 본인이 락 매니아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락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퓨전 국악을 듣고 그 생소함에 무심코 뭐야, 이거. 유치하고 이상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일렉을 처음 듣고 뭐지? 이 모기 소리 같은 우스운 음악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종류의 음악을 접하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보면 새로운 것에 긍정적이 된다. 부정적인 선입견이 먼저 생기기 전에 우와, 새로워! 재밌는데?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그래, 허클베리핀을 내가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 운명적인 만남은 우연히 음반점에서 내가 재발매된 1집을 사게 되며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 난 이 밴드의 이름만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상태였다. 아니, 아예 몰랐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하지만 난 이 앨범 위에 붙여져있던 스티커에 주목했다. 한국 인디씬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 시작이라. 그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말인가. 앨범 자켓을 보며 묘한 호기심이 생긴 나는 단 한 트랙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 그대로 '질렀다'.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18일의 수요일 앨범 자켓

'18일의 수요일' 앨범 자켓

다들 결과를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인디 밴드라고는 펑크 밴드가 대부분이었던 내게 이 앨범은 정말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게 대한민국의 음악인가?! 내가 선호하는 장르는 그 때도, 지금도 메탈이지만, 허클베리핀'18일의 수요일'에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했다. 나와 허클베리핀의 음악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얼마나 라이브로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비극적이면서도 절망하지 않는 그들의 메시지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시 듣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난 8월 5일, 서울숲으로 향했다.

  1. 왜 살짝 슬프지?
  2. 친구들이 특히 무지했던 이유는 중학생이라 그랬던 탓도 있고, 한창 '얼굴만 잘 생기면 만사 오케이' 시절에 자라나 다른 음악을 못 접해본 탓도 있다.
2009/08/16 17:51 2009/08/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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