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공습 경보! 삐용삐용~
폭풍전야
난 내 방을 언제나 벌레로부터 최대한 격리시키도록 노력한다. 대체 나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좋은지 몰라도 모기들은 날 20년 째 짝사랑하며 열렬히 구애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녀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사랑은 스토킹이 아니란 말야! 오지마!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최근에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사실 막을 방도가 없는 생명체이기에 보는 데로 죽이는 정도로 공생하고 있다.1 하지만 방충망을 한 번도 열지 않고 문은 언제나 닫혀있어 날벌레가 침입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 '그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급습
내게는 뭔가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 들면 손바닥으로 내려치는 버릇이 있다. 이건 모기에게 구애를 받으며 생겨난 버릇으로, 덜 간지러워지기도 하므로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며 지냈다. 문제는 이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것.
난 평소와 같이 컴퓨터를 하다 잠시 편의점을 다녀왔다. 그리고 친구와 msn으로 산뜻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느껴지는 목 뒤의 불안한 무게감! 난 습관처럼 손을 날려 목 뒤를 때렸다! 그런데 이건 뭐지?! 갑자기 살짝 바스락 거리는 느낌이 나더니 검은색 5cm 정도의 물체가 음속으로 내 주위를 맴돌다 방 바닥 쪽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난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꼈고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패닉 상태가 되었다. 땀이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고 내 심장박동은 갈비뼈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헉, 헉, 헉…'
확실히 '그 것'의 기습은 성공했다.
드디어 밝혀진 불편한 진실
앨 고어의 보고에 따르면 이 때 내가 느낀 고통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떤 벌레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고 한다. 과거 거미에게 물린 기억이 오버랩되며 난 이루말할 수 없는 공포를 맛보았다. 급습 후 몇 분이 지나도록 사방은 고요했고 난 '그 것'의 정체를 알아낼 좋은 기회란 것을 알았지만 두려워서 추정 위치 근처에 다가가지 못했다.
위에서 살펴보았으나 형체가 보이지 않아 바닥의 짐들을 옮겨보며 찾아봐야할 판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덤벼들면 내가 막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도 칼을 갈며 기습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난 친구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친구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라는 진리를 다시 깨우쳐주었다.
친구의 가르침에 용기를 얻어 자세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짊들을 옮겨보며 내 가슴은 열심히 쿵쾅쿵쾅 뛰었다. 마지막으로 빨래통의 왼쪽을 살펴봤을 때! 난 마침내 '그 것'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적의 정체가 밝혀지다!
다행히 '그 것'은 아직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편으로 다가가 카메라에 모습을 기록했다.
이제 생쑈 글 그만 쓰고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매미는 생각보다 굉장히 순한 곤충이었다. 손으로 잡다가 다칠까 염려되어 비닐에 넣은 후 방생해주려고 했는데 이게 비닐로 유도했는데 걸어서 자리만 옮길 뿐 좀처럼 날 생각을 안 하는 거였다. 결국 살짝 몇 번 쳐주고 나서야 날아서 비닐로 들어갔다. 파리 같이 뭔가가 다가오기만해도 미칠듯이 도망다니는 모습과 달리 기품이 느껴졌달까.
간만에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그 원인이 매미라니… 근처에 산이 많은 모 학교가 있는 덕분에 평소에 엄청나게 자주, 크게 듣는 매미소리에 매미는 충분히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아마 방에 들어온 건 밖에 잠깐 나갔을 때 옷에 앉아서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얌전하게 앉아있는 곤충인지 처음 알았다. 정말 별 걸 다 경험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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