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괜히 글을 써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여럿 있다. 그 중 오늘에 해당하는 경우는 1페이지에 왠지 부담스러운 글이 있을 경우가 되겠다.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 개똥철학가의 이미지는 별로 얻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런 글을 올리는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왠지 메인페이지에 있으면 뒤로 밀어내고 싶어진다.
비가 참 화끈하게도 오고 있다. 이제 좀 빗줄기가 약해지긴 했지만. 이거 장마가 맞긴 한 거야?
라고 하늘에 물었던 사람들에게 짜증이라도 내듯이 쏟아붓고 있다. 습도는 습도 대로 장난 아니고 그렇다고 온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어제 봤던 일기예보보다는 기온이 낮은 것 같아 살만하니 다행이다.
비에 대해 기억나는 노래라고는 라디오스타 OST '비와 당신' 정도일까.1 럼블피쉬나 노브레인, 박중훈(맞나?)이 부른 것 모두 좋아한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픈 마음도 없죠.
로 시작하는 노래는 가사가 정말 쉽다. 멜로디도 쉽다.
쉬운 것은 정말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어려운 게 필요할 때도 있고 화려한 수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어렵고 화려하다고 해서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겉치장이 많은 것은 머리로 이해한 다음 가슴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쉬운 것은 머리를 건너 뛸 수 있으니까. 쉬운 언어를 달리 표현하면 바로 심장에 대고 속삭일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
쉽게 말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어린 아이가 되거나 노인이 되는 것. 쉬운 언어로 세상을 받아들였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지적 탐구의 미학에 빠져들거나 자아도취되어 점차 어려운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렵기만 한 오만을 이야기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려움 속에 의미를 담아내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가 결국 쉬운 언어에 더 큰 의미를 담아대는 법을 배우며 언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이미 아이는 지나버린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기에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얼마나 더 많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의 손을 어루만지다보면 쉬운 언어의 아름다움을 깨치게 될까.
오늘 같은 날보다는 좀 더 비가 부드럽게 내리는 날, 내게 잊지 못한 당신은 없는데도 늘 '비와 당신'을 흥얼거리게 된다. 쉬운 언어의 마법에 걸려 마치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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