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 덜한 감동 & IMAX -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영화의 속편은 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전작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졸작으로 몰락할 것인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둘 다 아니었다. 먹칠도 하지 않으면서 전작의 아성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

전작만큼은 아닌 그러나 훌륭한
트랜스포머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공돌이의 원초적 본능을 이렇게나 환상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니! 3D 영상 기술이 발달할 대로 발달했다는 사실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반지의 제왕만 해도 충분히 놀랄만 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차원이 달랐다.
상영 시간 내내 이어지는 화면을 압도하는 연출과 소름이 돋는 변신 장면 그리고 박진감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액션은 영화관을 나가면서도 영화가 끝났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게 했다. 또 그 완벽한 감초 역할을 해낸 적재적소의 개그들이란.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보고 싶었으나, 상영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엔 이미 주변 친구들이 다 본 뒤였다. 옆구리의 허전함에 다시 한 번 구슬프게 흐느끼며 혼자 보러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날 살려준 은인이 있었으니! 고등학교 동창 집에 잘 일이 생겼는데 그 넘이 아직 안 봤다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CGV를 찾았다.
아니 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앞으로 두 시간 뒤 시간에도 두번째 줄 정도 밖에 자리가 안 나있다는 것이다. 영화 보러와서 목 디스크에 걸리는 것은 사양하고 싶기에 다른 것을 볼까 고민하던 차에 IMAX관은 어떤지 한 번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다행히 시간은 있었다.
처음 접한 IMAX
엄청난 돈1을 내긴 했지만 꼭 봐야겠다고 벼르던 터라 눈물을 머금고 좌석에 앉았다. 처음 느낀 건 어마어마한 스크린의 크기. 크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그 동안 24인치 모니터에 길들여져 있어서 시야가 좀 넓어졌으니 망정이지. 고등학교 시절처럼 14인치 노트북만 들여다봤으면 이거 원 정신 없어서 보지를 못했을 거 같았다.
자막도 문제였다. 자막의 크기가 작은데다가 위치는 다른 영화처럼 최하단이었다. 자막의 크기가 더 커지면 확실히 영화 시청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스크린이 큰데 밑에 치우쳐 있으니 읽기가 쉽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적응되면 읽을 만은 했지만.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의 HD방송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고화질 방송은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경우 화질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IMAX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트랜스포머가 액션이 많아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계속 신경에 거슬렸다.
처음에 화질 저하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트랜스포머 아닌가. 환상적인 연출은 날 결국 영화에 빠지게 만들었고 정신 없이 상영 시간이 다 지나갔다. 같이 갔던 친구는 전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본 지라 충격이 더 심했던 것 같다. 영화 후반부에 고개를 돌려보니 멍하니 스크린만 응시하고 있더라. 내가 1편 볼 때 상태가 저랬지.
전작의 아성은 너무 높았던가
트랜스포머는 여전히 스토리는 유치뽕짝이고 그래픽은 죽여줬으며 액션은 장난아니었다. 바로 내가 원한 그 것. 전작과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난 칭찬을 입에 바르고 다녔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 이걸 봤다면 진지하게 로봇공학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문제는 전작이 있었다는 것. 전작과 비교할 때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기대를 뛰어넘는 걸작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많다. 아니 적어도 전작만큼은 되었던가?
일단 눈에 띄는 차이는 개그가 많이 줄었다. 찌질했던 주인공이 덜 찌질해진 탓인지 모르지만 트랜스포머의 중요한 매력이 하나 없어진 건 사실이다. 그렇게 말은 해도 전작에 비해서지 개그가 없는 건 결코 아니고 일단 개그가 나오면 여전히 웃기긴 하다. 성적 농담이 좀 많이 나오는데 내 뒷자리의 여성분은 뭐야-_-
라는 반응을 보이셨지만 나야 뭐 개방적 사고를 지녔는지라.
3D의 화려함은 변함 없었지만 역시 우려먹기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딱히 전작보다 훌륭하지도 않았다. 다시 봐도 훌륭하다고는 해도 속편을 보러가는 관객의 생각은 뻔한 것 아니겠는가. 전작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보고 싶다는 기대.
몇몇 장면에서는 트랜스포머 답지 않은(?) 모습조차 보였다. 지난 번에 지인에게 터미네이터4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감상을 묻자 이런 말을 하더라.
터미네이터는 트랜스포머 같았고 트랜스포머는 터미네이터 같았어.
아직 터미네이터4는 보지 않았지만 트랜스포머를 본 지금 그 느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 여자는 결국 왜 나왔을까. 벗기기 위한 대상과 개그 요소 이상의 어떤 의미도 느끼질 못했다.
딱 예상한 만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충분히 재미있었고 즐겁게 봤다. 전작에서 느꼈던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이미 겪었던 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 신선함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저 속편이라는 말 자체를 확실하게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는 이어지고 전작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속편.
속편이 전작의 명성을 갈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한 마당이긴 하다. 그래도 먹칠을 하지 않았음에 그나마 감사하고 만족해야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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