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 만화의 모든 것, 성장한 어른의 회상
2009/05/05 23:17분류없음
과학의 법칙을 무시하는 초능력, 뜻하지 않은 행운, 어린 시절의 추억, 정의의 사자, SF와 미래 기술, 21세기, 용감하고 강한 주인공들, 희생, 음악의 힘, 간절한 꿈, 예지, 가면의 사나이
그리고 '친구'.
'20세기소년'은 내가 '만화'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판타지에 가장 가까운 만화다. 50권이 넘어가는 만화가 허다한 마당에 그렇게 길다고까지도 할 수 없는 분량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리고 완성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전개가 치밀하고 복선도 엄청난 덕분에 연재가 끝나기 전에 많은 팬들이 '친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쉽게 예측 가능한 재미 없는 만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구성은 독자를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니까.
처음에 친구가 '크로마티 고교'와 같이 추천해준 덕분에 난 그냥 시시껄렁한 개그 만화인 줄 알고 손도 안 대고 있었다. 한 반 년 전인가 1년 전 쯤에 다 보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친구가 왜 하필 크로미티 고교와 세트로 추천해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이제 알 수 있는 건 나도 자신있게 추천할 정도로 재밌긴 하다는 거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개 나열을 하긴 했지만 저기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만화에 담겨 있다. 특히 많은 만화의 주인공의 특징과 성격을 볼 수 있는데 20세기소년의 스토리 특성 상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므로 가능했다고 본다.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특색 있는 문화를 갖추고 있으면서 21세기인 지금에도 비록 그 외관은 많이 흐려졌을지언정 아직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개방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정서에 서양의 문물이 섞인 형태의 창작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국제화가 진행되며 망가와 재패니메이션이 세계를 뒤흔들게 된다. 현재도 전세계에 아니메 팬들이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만 해도 일본 문화의 팬을 넘어선 신봉자들이 매우 많다.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이미 사회 곳곳에 일본 문화의 영향력이 배어 있기에 보통 사람들도 '20세기소년'을 보며 느끼는 것이나 향수를 느끼는 장면이 많을 것이다.
20세기소년은 일본과 세계가 결국 21세기에 무엇을 이루었는가 물으면서도 일본이 늘 꿈꾸던 그 무엇을 추억한다. 일본의 현재 기성세대가 행복한 과거로 그리는 순간을 보여주고 거기서 잃어버린 동심을 찾으려 한다.
그렇다고 20세기소년이 다른 작품이나 과거의 명작들만 짜집은 짜집기 정도의 가치를 지니진 않는다. 완성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거울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자신을 판단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한 발짝 앞에서 보면 좀 더 뒤돌아보기 쉽고 묘사하기 쉬운 법이다. 20세기소년은 앞으로 나간 어른이 뒤로 돌아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만화다. 어른의 시선이 담기고 비록 진짜는 아이이고 어른은 그저 관찰하여 거짓을 도화지에 투사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이상 정확한 묘사는 하기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늘 '만화'가 보여주었던 것을 다시 보여준다.
정의의 사도는 강하다. 악에 굴하지 않는다. 특별한 재능이 있고 목숨이 위협받아도 당당하게 맞선다. 그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힘을 되찾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용기를 준다.
20세기소년은 지나간 날을 그리면서 또한 지금의 영웅을 보여준다. 더 이상 스케치북에 예언의 서를 그릴 수는 없고 풀밭에서 비밀기지를 만들어 하루 종일 놀 수도 없는 어른이 어떤 영웅이 될 수 있는가.
어른이란 방황하는 존재다. 잔인한 사회에서 자신을 잃기도 하고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그들이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좀 더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이미 철인28호는 그저 향수일 뿐이다. 여전히 동경할 수는 있어도 와닿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니까. 자라서 보니 옛날의 영웅에도 문제가 좀 있었다. 폭력성이란 키워드는 어느 영웅에서건 빠지기 힘들었다. 용기와 우정을 주었을지언정 폭력도 같이 주지는 않았나 의심스럽다. 현실에서 친구는 저렇게 목숨을 바치며 의지할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에겐 슈퍼 파워도 천재적인 머리도 행운도 따르지 않는다.
20세기소년은 이런 그들을 정의의 사도로 만들어주었다. 비록 아톰도 우리 편이 아니고 천재적인 과학자가 우리를 도와주고 있지도 않는데다 심지어 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굴하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바보가 아닌 이상 어른은 안다. 꿈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꿈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꿈 꾸는 사람이 뿜는 에너지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20세기소년과 함께 그들은 오랜만에 꿈을 꾸었을 것이다.
로봇을 타고 악과 정면으로 맞서며 나중에는 통기타 만으로 세상을 바꿔내는 켄지를 보며 감동했던 사람이 나 하나 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진지해지고 성장한 우리의 주인공은 더 이상 악당을 무기로 난사하지 않는다. 비뚤어진 어린 아이와 다름 없는 우리 마음 속 악에게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겁이 나서 도망쳤던 겁쟁이는 쉽게 알아채기도 힘든 마음 속의 작은 불꽃만으로 수 많은 사람을 우드 스톡 재현의 장으로 인도한다.
이 만화는 배신을 넘어서 우정으로 돌아오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뻔한 스토리에 심지어 착한 편은 질기게도 살아남는다는 공식까지 깨지 않으면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조차 하게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유치하다. 그럼에도 진지하며 억지스럽지 않고 감동적이다. 작가의 천재성이 그저 질투나도록 부러울 따름이다.
많은 가짜 영웅들을 본다. 물론 그 시절에도 주인공들은 실존하지 않는 가짜였지만 이제는 그저 재탕과 우려먹기의 흔적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린 아이들은 새롭게 받아들이고 그 영웅들을 동경하겠지. 그리고 꿈 꾸며 살아가겠지. 커가며 만화의 상업성과 선정성, 폭력성을 비판하겠지. 그리고 방황하지만 몸 안에 불꽃을 하나씩 키우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또 그들이 과거를 회상해줄 즈음에 다시 20세기소년이 찾아와 꿈꾸게 해주었으면.
난 작가의 의도를 모른다. 인터뷰 같은 건 읽어본 적도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20세기소년 전권과 21세기소년을 읽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실제 작가의 의도가 내가 적은 이 리뷰와 다르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도 보지 않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생각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내게 준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친구'.
'20세기소년'은 내가 '만화'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판타지에 가장 가까운 만화다. 50권이 넘어가는 만화가 허다한 마당에 그렇게 길다고까지도 할 수 없는 분량이면서도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리고 완성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전개가 치밀하고 복선도 엄청난 덕분에 연재가 끝나기 전에 많은 팬들이 '친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쉽게 예측 가능한 재미 없는 만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구성은 독자를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니까.
처음에 친구가 '크로마티 고교'와 같이 추천해준 덕분에 난 그냥 시시껄렁한 개그 만화인 줄 알고 손도 안 대고 있었다. 한 반 년 전인가 1년 전 쯤에 다 보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친구가 왜 하필 크로미티 고교와 세트로 추천해줬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이제 알 수 있는 건 나도 자신있게 추천할 정도로 재밌긴 하다는 거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개 나열을 하긴 했지만 저기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만화에 담겨 있다. 특히 많은 만화의 주인공의 특징과 성격을 볼 수 있는데 20세기소년의 스토리 특성 상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므로 가능했다고 본다.
일본은 대단한 나라다. 특색 있는 문화를 갖추고 있으면서 21세기인 지금에도 비록 그 외관은 많이 흐려졌을지언정 아직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개방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정서에 서양의 문물이 섞인 형태의 창작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만화와 애니메이션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국제화가 진행되며 망가와 재패니메이션이 세계를 뒤흔들게 된다. 현재도 전세계에 아니메 팬들이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만 해도 일본 문화의 팬을 넘어선 신봉자들이 매우 많다. 굳이 팬이 아니더라도 이미 사회 곳곳에 일본 문화의 영향력이 배어 있기에 보통 사람들도 '20세기소년'을 보며 느끼는 것이나 향수를 느끼는 장면이 많을 것이다.
20세기소년은 일본과 세계가 결국 21세기에 무엇을 이루었는가 물으면서도 일본이 늘 꿈꾸던 그 무엇을 추억한다. 일본의 현재 기성세대가 행복한 과거로 그리는 순간을 보여주고 거기서 잃어버린 동심을 찾으려 한다.
그렇다고 20세기소년이 다른 작품이나 과거의 명작들만 짜집은 짜집기 정도의 가치를 지니진 않는다. 완성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거울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자신을 판단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한 발짝 앞에서 보면 좀 더 뒤돌아보기 쉽고 묘사하기 쉬운 법이다. 20세기소년은 앞으로 나간 어른이 뒤로 돌아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만화다. 어른의 시선이 담기고 비록 진짜는 아이이고 어른은 그저 관찰하여 거짓을 도화지에 투사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이상 정확한 묘사는 하기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늘 '만화'가 보여주었던 것을 다시 보여준다.
정의의 사도는 강하다. 악에 굴하지 않는다. 특별한 재능이 있고 목숨이 위협받아도 당당하게 맞선다. 그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힘을 되찾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용기를 준다.
20세기소년은 지나간 날을 그리면서 또한 지금의 영웅을 보여준다. 더 이상 스케치북에 예언의 서를 그릴 수는 없고 풀밭에서 비밀기지를 만들어 하루 종일 놀 수도 없는 어른이 어떤 영웅이 될 수 있는가.
어른이란 방황하는 존재다. 잔인한 사회에서 자신을 잃기도 하고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그들이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좀 더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이미 철인28호는 그저 향수일 뿐이다. 여전히 동경할 수는 있어도 와닿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니까. 자라서 보니 옛날의 영웅에도 문제가 좀 있었다. 폭력성이란 키워드는 어느 영웅에서건 빠지기 힘들었다. 용기와 우정을 주었을지언정 폭력도 같이 주지는 않았나 의심스럽다. 현실에서 친구는 저렇게 목숨을 바치며 의지할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에겐 슈퍼 파워도 천재적인 머리도 행운도 따르지 않는다.
20세기소년은 이런 그들을 정의의 사도로 만들어주었다. 비록 아톰도 우리 편이 아니고 천재적인 과학자가 우리를 도와주고 있지도 않는데다 심지어 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굴하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바보가 아닌 이상 어른은 안다. 꿈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꿈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꿈 꾸는 사람이 뿜는 에너지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20세기소년과 함께 그들은 오랜만에 꿈을 꾸었을 것이다.
로봇을 타고 악과 정면으로 맞서며 나중에는 통기타 만으로 세상을 바꿔내는 켄지를 보며 감동했던 사람이 나 하나 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진지해지고 성장한 우리의 주인공은 더 이상 악당을 무기로 난사하지 않는다. 비뚤어진 어린 아이와 다름 없는 우리 마음 속 악에게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악당이 되는 건 힘들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겁이 나서 도망쳤던 겁쟁이는 쉽게 알아채기도 힘든 마음 속의 작은 불꽃만으로 수 많은 사람을 우드 스톡 재현의 장으로 인도한다.
이 만화는 배신을 넘어서 우정으로 돌아오고 정의가 승리한다는 뻔한 스토리에 심지어 착한 편은 질기게도 살아남는다는 공식까지 깨지 않으면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조차 하게 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유치하다. 그럼에도 진지하며 억지스럽지 않고 감동적이다. 작가의 천재성이 그저 질투나도록 부러울 따름이다.
많은 가짜 영웅들을 본다. 물론 그 시절에도 주인공들은 실존하지 않는 가짜였지만 이제는 그저 재탕과 우려먹기의 흔적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린 아이들은 새롭게 받아들이고 그 영웅들을 동경하겠지. 그리고 꿈 꾸며 살아가겠지. 커가며 만화의 상업성과 선정성, 폭력성을 비판하겠지. 그리고 방황하지만 몸 안에 불꽃을 하나씩 키우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또 그들이 과거를 회상해줄 즈음에 다시 20세기소년이 찾아와 꿈꾸게 해주었으면.
난 작가의 의도를 모른다. 인터뷰 같은 건 읽어본 적도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20세기소년 전권과 21세기소년을 읽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실제 작가의 의도가 내가 적은 이 리뷰와 다르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도 보지 않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생각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 내게 준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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