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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

원래 매일 아침/저녁 나오는 하숙집 아줌마가 1박 2일 간 어디론가 떠났다. 어디에 왜 갔는지는 들었지만 까먹었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집에 있는데도 저녁을 걱정하는 일이 생겼다. 난감하기 그지 없다.

부엌을 쓸 수는 있지만 요리는 몰라도 뒷처리가 굉장히 귀찮으므로 먹으러 나가거나 시켜 먹는 수 밖에 없다. 식당에 혼자 가는 것이 쪽팔리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슬프니까 친구를 부르기로 마음 먹었다. 주말에도 점심은 안 주니 근처 고시텔에 사는 친구와 자주 사먹었기에 당연히 그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곧 답이 돌아왔다.

"나 집(경상북도 구미시)에 내려왔다고 했잖아 이 등시나ㅡ_ㅡ"
헉. 젠장.

오늘 따라 네이트온이나 msn에 접속해 있는 것들은 전부 서울 밖에 있는 놈들이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봐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죄다 뭔 바람이 났는지 지방으로 내뺐고,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 거리 쯤 되면 사실 내가 귀찮다.

어쩔 수 없이 아까 그 녀석에게 다시 중국집 전화번호 좀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곧 답이 돌아왔다. 내가 얼마나 밥 걱정 없이 살았으면 중국집 전화번호도 없었을까.

아직 시키진 않았지만 전화번호를 보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평소에 여자친구 달고 다니는 녀석이나 소개팅 받은 여자와 죽어라 문자해대다가 차이는 녀석들이 열심히 염장을 질러대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부럽지는 않았다. 물론 조금 부럽기는 했지만 나도 20년 가까운 세월 만에 드디어 얻은 홀로 생활의 기쁨에 취해 있기 때문에 연애에 쓸 시간을 딱히 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만은 절실히 느끼게 된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라도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또 하나 느끼는 것이 있다. 애인이 있었으면 하는 이유가 밥 때문이라니, 역시 난 먹기 위해 사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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