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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콤의 서비스

오늘 서울 올라와서 처음 한 일은 짐을 풀고 인터넷을 깐 일이었다.
파워콤에서 기사 한 분이 오셔서 깔아주셨는데,
아직 선이 들어오지 않아 광랜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광랜은 4월달에 들어오면 바꿔준다고 하고, 일단 10Mbps로 만족해야했다.

뭐 거기까지야 별 문제가 있을 리가.
서울 선 복잡한 게 뭐 하루이틀이던가.
내가 짜증났던 건 그게 아니다.

선을 연결하면서 넋두리 하듯이 몇 마디 하더라.
우리가 대구 사람이란 걸 알고는 자기도 대구에 있다가 왔는데
서울 사람들이 너무 깐깐해서 기사 일 하다보면 짜증난다는 거다.

그래 뭐 대구에서 스근하게(느낌으로 알아들으세요^^ 사투리입니다.)
살다 온 사람은 서울에서 좀 힘들 수도 있다.
아무리 서비스업에 종사해도 인내심의 바닥을 느낄 순 있겠지.
거기까지야 그러려니 했다.

연결이 끝난 후,
컴퓨터로 연결 확인을 하더니 어딘가로 접속하려고 하는 거다.
페이지가 잘 들어가지지 않았는데 아마 방화벽이 문제일 것이라 짐작했다.
현재 내 컴퓨터에는 노턴 인터넷 시큐리티가 깔려 있었다.
기사 : "아, 저…"
나 : "방화벽 때문 아닐까요?"
(내가 마우스를 잠시 잡아서 방화벽을 껐다.)
기사 : (혼잣말 하듯이)"아, 이건가요? 이건 뭐죠 처음 보는데…"
나 : ?!?!?!!!!!
노턴을 모른다고?;;
뭐 좋다. 안 쓰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보여주던 행동까지 종합한 결론은,
이 기사는 적어도 컴퓨터에 대해선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방화벽을 연결한 후 엑스피드(파워콤의 인터넷 브랜드) 페이지로 접속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 ActiveX를 막 까는 거다.
"그게 뭔가요?"
"아 이거 인터넷 연결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뭐 어쩌란 소리?
인터넷이 연결 되어있으니까 지금 그 페이지에 접속해 있는 거잖아!
"꼭 깔아야 하나요?"
"네. 꼭 깔아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뭐 LG에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그냥 깔아주기로 했다.
아마 인터넷 연결 문제가 생길 시 복구 같은 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리라.

그리고 나서 또 뭔가를 까는 거다.
유심히 보니 파일 이름이 'Xpeed_AlYac'이다.(정확하지는 않다.)
나 : "얄약은 까실 필요 없는데요?"
"네?"
나 : "까실 필요 없다니까요."
"네? 얄약 깔려 있나요?"
나 : "다른 백신 있는데요"
"아 그래도 좀 깔아 주세요. 이거 안 하면 수당에서 까요."
사정은 이해가 간다.
아마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만 연결했다가 웜에 걸려서 파워콤에 따졌겠지.
그래서 그냥 예방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깔아주게 한 것이리라.

하지만 난 백신이 이미 있는데?
기사 : "이거 한 며칠만 깔아뒀다가 지워주세요."
나 : "네?"
기사 : "며칠 동안 검사하거든요. 안 깔려 있으면 수당에서 까요."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 대체 어떻게 파워콤에서 내 컴퓨터에 알약이 깔려 있는지 알 수 있는 건데?
- 당신 수당 까이는 걸로 지금 고객한테 협박하는 건가?
- 아니 적어도 지금 뭘 깐다고 고객한테 안내를 해야하는 거 아냐? 막 깔아도 되는 거야?

뭐 일단 그래 깔라고 했다.
먹고 사느라 힘들어 보이니 내가 그만 괴롭힐게.

그리고 또 어디에 들어가려고 하더라.
딱 보니까 인터넷 속도 측정이다.
그리고 또 허락 없이 ActiveX를 깐다.
이름이 'System_Info'인 것으로 봐서 역할이 대충 추정이 간다.
이번엔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마지막으로 가입자 명의인 우리 어머니께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수신자 부담이고 서비스 평가 전화란다.
그리고 자리에 그냥 앉아있더라.
그러니까 지금 자기 면전에서 자길 평가하라는 거지?
대단하신데?
게다가 전화가 연결되기 직전에는 이거 또 나쁘게 하면 자기 봉급 까인단다.
아주 미치겠네.

그리고 뭔 말을 들으셨는지 갑자기 어머니께서 당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전화기에 대고 말하시더라. 어이를 상실했다. 전화기로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달라고 하다니?
그래 사실 알고 있다. 그런 회사 대한민국에 깔리고 깔렸다.
하지만 그런 걸 선두에 서서 고쳐나가라고 사람들은 대기업이라고 불러주는 거다.

자. 이게 파워콤의 서비스이다.
안타깝게도 다른 어떤 기업도 그다지 이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다.
"남들도 다 그런데 뭐."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LG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가기는 커녕, 패배자로 전락할 것이다.
2009/02/28 21:26 2009/02/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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